👋강남 친구: 30대가 된 대치동 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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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3. 25.

Thirty LAB. 26 강남 친구

2024/3/26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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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써티랩

👋어떤 친구: 강남 친구 '준돌'

👋어떤 만남: 도시산책 @서울 대치동

비버's 프렌드, 🪨준돌

여러분은 『조선중앙일보』에 1934년 8월 1일부터 9월 19일까지 연재되었던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아시나요? 박태원은 우리가 잘 아는 봉준호 감독의 외조부이기도 한데요. 이 소설은 작자 자신의 자전적 소설로, 식민지 시대 문학인이자 지식인이었던 구보씨가 종로 일대를 걸으며 느꼈던 불안함과 분노, 불행과 질투, 마침내는 집으로 향하며 새로운 내일을 다짐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입니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준돌과 제가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면서 함께 연구하고 공부했던 한국근대문학 중 하나인데요. 준돌은 특히 이 작품을 참 좋아라 했습니다. 그는 '도시 산책자'를 자처하며 도시 곳곳을 배회하며 탐색하고 의미를 발견하는 사람이죠. 누구에겐 그저 목적지를 향해 지나쳐가는 거리가 준돌의 눈에는 역사와 전통을 잇고 싶은 눈물의 장소가 또는 과거와 오늘이 마주하는 불편한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하나의 도시, 한 지역의 역사에 고집스럽게도 관심있는 그와 함께 길을 걷는 일은 언제나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 혹은 미술관, 한 권의 책이 되죠.

👋어떤 친구: 강남 친구 '준돌'

🦫 만남의 장소로 대치동을 꼽은 이유가 궁금해요!

우리나라에서 서울 ‘강남’, 그리고 그 안에 포함된 ‘대치동’이란 지역이 가진 함의들(부유함, 사교육 등)는 매우 크죠. 유흥거리와 사무실로 불야성을 이룬 번잡한 강남이 아닌, 사람이 살아가는 ‘로컬(Local)’로서의 강남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강남(또는 대치동)’으로 상징화되는 욕망의 복판에서 “우리(청년)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청소년들이 살아갈 미래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라는 질문도 던지고 싶었고요.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수상을 하셨을 때 “오스카(아카데미)는 로컬.”이란 말씀을 하셨죠? 저는 강남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제게 ‘강남(강남구·서초구)’은 ‘고향’이에요. 감사하게도 태어나보니 역삼동이었고 자라고 보니 서초동이었죠. 학원은 대치동으로 다녔고요. 요즘 전국 곳곳 로컬 콘텐츠들이 핫한데, 저도 제가 태어나고 쭉 학창시절을 보내온 ‘지역’과 그 지역민의 생활상을 소개하는 것이랍니다.

🦫 대치동 키즈로 자라면서 자주 들었던 말이 있나요?

“좋은 데 산다.”는 답을 하길 기대했을 것 같은데 어릴 땐 그건 아니고요. 😁 중학생 때 야외학습을 나가면 거기서 마주치는 어른들께서 종종 어느 학교 다니냐고 물으실 때가 있어요. 제가 졸업한 학교 이름이 ‘서운’인데요. 그때 “서운중 다녀요.”라고 말씀드리면, 어른들께서 “서운중이라고? 에이, 서운하네~”같은 아재개그를 듣곤 했죠. 😅

🦫 33살 준돌에게 미친 영향은 어떤 것이 있나요?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감사함이에요. 문화적·교육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자라났기에 매우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아쉬움과 상실감이에요. 제가 본가에서 독립해 저만의 거주지에서 살기 시작한다면, ‘이제 로또 1등에 2번 이상 당첨되기 전까지는 영원히 고향에 돌아가 살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수몰지역과 같이 느껴지기도 해요. 제가 작년 말 SNS에 제 고향마을 공동체와 관련한 콘텐츠를 하나 올린 게 있어요.(링크) 거기에도 잠깐 나오는데, 청년이 된 이후 만난 상대에게 제 거주지를 밝히면 “오오~ 준돌 씨 좋은 데 사시네요.”라는 말씀을 듣게 돼요. 저도 상대방의 그 한마디에 내포된 다층적인 감정을 알기에, 상대방의 말씀에 동의하면서도 저를 ‘잠재적 실향민’이라고 덧붙여 말씀드리는 편이죠.

🦫 요즘 준돌의 고민은 뭐야?

써티랩에 올린 제 소개글처럼 써진 것과 같이 '좋아하는 일은 돈을 내야 하고, 돈을 버는 일은 힘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그 이상과 괴리를 줄이고 ‘지금-여기’의 삶에 집중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요즘 저는 사는 대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 이번 모임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나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라캉의 말에 기반한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지 말라.”라는 문장을 좋아하는데요. 앞선 1번 질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①각자도생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개인이 추구하는 욕망의 크기는 커져 가는데, 이러한 욕망의 복판에서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무엇이 좋은(good) 삶일까? ②우리 청소년(을 포함한 다음세대)들이 살아갈 미래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 우리는 어떤 선배세대가 되어야 할까?” 등의 이야기들을 나눠보고 싶어요.

👋어떤 만남 - 도시산책 @서울 대치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