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티랩이 문을 연 지 딱 1년이 되었습니다. 2021년 11월, 광주의 한 카페에 앉아 <불안한 어른>이란 책을 읽다가 "우리가 정말로 무언가로부터 '도피'한 세대인가? '체제 밖'에서 불안에 떨고 있는 세대인가?"라는 질문이 문장 사이사이에서 자라났어요. 그는 기어이 문밖을 나섰고, 무지가 되어 ’써티랩‘이란 연구소를 열었습니다. 인재채용은 아시다시피 성공적이었고요. 

써티랩은 "희망을 위해 용기 내 본 적 있나요?"라고 물으며 시작했던 1월을 지나 '안전'과 '교육'이란 거대 담론을 건드리는 겁 없는 녀석들로 성장했습니다.(*11,12월 뉴스레터 주제) 그간 그 누구보다 써티랩을 통한 득을 본 것은 소장, 무지 본인입니다.(연구원들 급여로 약속했던 불안 해소+행복 증대는 잘 수령이 되었나 모르겠군요.) 혼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다섯 개의 시선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고 그렇게 제 세계는 X5배로 넓혀지고 깊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마에도 등 뒤에도 눈이 달린 셈이랄까요.

우리는 길들여진 무사유와 정숙으로부터의 자유를 위해 함께 저항했습니다. <희망, 소비, 독립, 일, 집, 세대, 쉼, 불편, 가족, 연애>라는 피상적 단어가 담지 못하는 복잡한 세계에 대해 질문했고, 나아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나름의 대답을 해보며 묘약을 지었습니다.

“이 글이 불편하신가요?” 클릭률 높이기엔 불리한 제목을 붙여 써티랩이 보냈던 편지들이 여러분의 문 앞에 서성이며 노크 중인지, 문을 열고 들어가 함께 먹고 마시며 친구가 되어 새로운 길을 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이런 삶도 가능하구나’라는 다채로운 삶의 예시로서 존재하길 바라봅니다.

애정 하는 써티즈,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여러분들이 남겨준 후기와 질문, 묘약 인증들 하나하나를 써티랩 카톡방에 공유할 때마다 연구원들은 이곳이 안전한 공론장이 되어가고 있지는 않을까 희망을 품어봅니다. 무엇에도 희망을 찾지 못할 때, 서로에게서 희망을 볼 수 있기를 바라요. 희망은 희망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니까! 1년 동안 같이 걸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2023년을 44일 앞두고 있는 오늘입니다. 그리고 써티랩 연구원들을 만난 지 딱 1년째 된 날이기도 하지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나 어떠한 기념일이 될 때면 초심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써티즈는 어떤 마음으로 2022년을 시작했었는지요. 1년 전 저는 분노와 불편으로 써티랩을 시작했습니다. 힘 있는 자만이 마이크를 쥐고 청년의 목소리를 사익으로 이용하는 사회에 종종 분노했고 정직하게 일하지 못하는 조직이 불편했습니다. 이 분노와 불편 덕분에 써티랩 연구원으로서  두 가지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기성세대와 기업, 언론이 말하는 청년이 아닌 당사자의 일상이 담긴 청년을 말하기', '목적 없이 서로를 아껴주는 공동체 만들기'였죠. 되돌아보면 이 분노와 불편이 가득한 다짐들은 꽤나 거창하면서도 희망적이었습니다. 평생을 모를 뻔했던 써티즈의 다양한 일상을 읽으며 얄팍했던 내 생각이 깨지고, 불편의 감각을 쓸모 있고 반질반질하게 만들었으니 말이죠. 어디 그뿐인가요. 이렇게나 멋진 써티랩 연구원들과 목적 없이 서로를 아껴주는 서울 가족이 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쓸모 있는 분노와 불편을 계속 전하려 합니다. 1년 동안 써티랩 곁에서 함께 분노하며 희망의 목소리를 내준 써티즈! 참으로 고맙습니다.

올해는 유독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혀를 내두르는 일이 잦았던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을 함께 한 친구들이 가정을 꾸리고 부모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꼭 그 만큼의 시간이 흘러 인생이 여물어 가는 것을 느낍니다. 먼 미래의 일 같았던 일들이 친구들의 이야기가되고 또 언젠가는 제 일상이 되겠지요. 그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계절의 마디를 감각하고 때때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이들이 곁에 있어 다행입니다. 그렇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가 언젠가는 그 땐 그랬지 하며 파먹을 수 있는 추억이 될 겁니다. 때로는 분노하며 때로는 눈물 젖은 어깨를 다독이며 그리고 대부분은 웃으며 지금의 흔적을 쌓아나갈 수 있길 바라봅니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게으른 몸뚱이를 일으켜 머리 속을 유영하는 생각을 건져 올려 글로 자아낼 수 있는 안전한 장이 되어주는 무지, 비버, 더기, 베르에게 무한한 애정과 심심한 사과의 말을 바치며 또 한 해 잘 부탁 드립니다.

사적인 글쓰기를 어려서부터 해왔습니다. 일기를 쓴 경험이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것도 엄밀히 말하면 담임 선생님이라는 독자가 있었기에 온전히 사적이진 못 했던 것 같습니다. 독자 있는 글쓰기를 오래 해왔다고 해야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블로그를 5년쯤 꾸준히 하다 보니 뉴스레터를 발행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제게 독자 있는 글쓰기의 지면이 더 늘어난 셈이죠. 이젠 결코 글 쓰는 게 사적인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일기는 비로소 공적인 글쓰기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읽고 쓰는 행위만큼 공적인 일이 있을까요. 각종 사회, 문화적 인식과 그 공유,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글' 없이는 불가능하니까요. 공공[모두]의 것이 권력을 갖게 된 이익집단들에 의해 사유화되고 있는 게 요즘 현실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 읽고 더 쓰자고 다짐합니다. 써티랩 뉴스레터의 구독자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메일도 친히 열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적인 일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공적인 일[읽고 쓰는 일]을 계속 해보겠습니다.

1년 365일. 우리가 겪는 시대를 사유하며 가감없이 또 어김없이 매달 마지막주 화요일에 뉴스레터를 썼습니다. 흐르는 사유와 시간을 기록하여 기억합니다. 이 소중한 기억들을 써티즈와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써티랩에서 제가 처음 썼던 글을 돌아봤습니다. 제목은 이러합니다. <용기를 내본 적이 언제였더라?> (빨간망토 차차를 손수 그렸던 그 글이 맞습니다.) 지금 읽어도 참 잘 썼다 싶습니다. '사랑하는 무언가를 위해 용기를 낼 때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지난 날의 비버가 대견하기 까지 하죠.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은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야할 때가 되었다는 소리겠지요. 써티랩은 앞으로 사랑하는 무언가를 위해 또 어떤 용기를 낼까요? 그 걸음걸음마다 함께 용기 내주기를 부탁드립니다.

📝 써티즈와 함께 만든 써티랩의 기록들